기타의 두 거장 줄리언 브림과 존 윌리엄즈가 듀엣으로 연주한 "Together"는 제가 가장 즐겨듣는 소장음반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최근 음반점에서 이것의 속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Together Again"입니다.
 전작인 "Together"와 마찬가지로 스페인 기타곡과 이탈리아 작곡가의 곡, 피아노작품의 기타곡 편곡 등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먼저 트랙 1-3번은 페르디난도 카룰리 (1770~1841)의 세레나데 A장조입니다. 페르난도 소르의 곡들을 연상케 하는 단아하고 밝은 곡입니다. 카룰리는 뒤에도 나올 유명작곡가 마우로 줄리아니와 같은 시기를 산 이탈리아의 기타 비르투오조입니다.
4번은 인리크 그라나도스의 스페인무곡 Op.37로, 귀에 많이 익은 멜로디입니다. 정교한 운지와 변화무쌍한 농현, 한편으로는 경쾌한 스페인풍의 리듬감 등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5번, 알베니즈의 '스페인의 노래'나 6번 그라나도스의 스페인무곡 op.37은 스페인적 정서보다는 현의 깊은 울림을 통한 탐미적 음색 구현에 좀 더 촛점이 맞춰진 연주로 생각됩니다.
7번 줄리아니의 협주적 변주곡 op.130은 연주시간 11분55초의 스케일이 큰 곡으로 다양한 구성과 기법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두 명인은 둘이 한사람인 것처럼 완벽한 호흡을 보여줍니다.
이어지는 존 존슨(1540-95)의 곡들은 전형적인 중세 기악곡풍인데, 숨은 진주를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아름답습니다. 존 존슨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궁정 류트 연주자였다는데,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와 같은 낭만이 느껴지는 연주입니다. 텔레만의 폴란드풍 파르티타는 경쾌하고 다이내믹하면서도 소박한 맛이 배어납니다.
 전작 "Together"의 하일라이트는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기타로 편곡한 연주였습니다. 피아노연주보다 두배는 더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이번 음반에도 그와 비슷한 하일라이트가 있으니, 그것은 드뷔시 피아노곡의 기타편곡입니다.
'꿈' '골리워그의 케이크워크' '달빛' 3곡이 음반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미국 재즈풍의 리듬이 처음 유럽 정통음악에 사용된 사례라고 하는 '골리워그의 케이크워크'에서는 두사람이 구사하는 다양한 음색을 즐기는 것이 대단한 재미입니다. 줄리안 브림이 편곡을 맡았습니다.
음반을 구입하면서 제일 기대했던 것은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에 들어있는 저 유명한 '달빛'입니다. 피아노곡인 오리지널이 워낙 아름답고 몽환적인 곡인데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받았던 감동에 대한 기억까지 겹쳐 기대가 컸습니다.
두사람이 공동편곡한 이 음반 수록연주에서 , 브림과 윌리엄즈는 한음 한음 극도로 세밀하게 연주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번 폴리니 음반에 대한 글에서, 저는 드뷔시의 피아노 음악을 소리로 그린 인상주의 점묘회화로 생각한다는 말씀을 드린적이 있는데, 이 연주를 들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굳히게 됩니다. 한마디로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있을수가' 입니다.
다만, 피아노 왼손에 해당하는 아르페지오를 한음 한음 뜯어가며 전개하는데, 아무래도 음향적 효과상 피아노 건반위에서 나는 소리가 부서진 달빛이 어둠위를 굴러가는 시각적 이미지 형성에 더 나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연주가 모자라다는 게 아니고 원곡 자체가 너무나 피아노적이어서 다른 악기로 옮겨지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거죠. 셰익스피어가 다시 태어나서 소월의 시를 영어로 옮긴다 한들 원작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전해질 수 있겠습니까.
녹음은 70년대입니다. 전반부 8번트랙까지는 73년 런던에서, 나머지는 뉴욕 에버리 피셔 홀에서 녹음되었습니다. 국내에서 수입반 찾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라이센스로는 꽤 많은 물량이 풀렸던 것 같습니다. 녹음은 크게 기대할 것은 없는데, 녹음을 떠나 클래식 기타의 절대명연입니다. 전작인 "Together"를 포함해, 제 점수는 별다섯개 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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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몸값 수십억… 名器는 어떤 소리를 낼까 - 조선일보 2008년 2월 23일](img/Bod_BtnPre.gif)
